1자 해수어항 물잡이 299일차(스타폴립 프랙 팁 조금 나옴, 아사 직전까지 갔다 살아난 버블 말미잘의 자리 이동)
스타폴립 프랙이 어항에 들어간 지 2주가 지나도 팁이 나올 기미도 안 보이고,
살짝 이끼에 덮여있는 것 같아서 붓으로 살살 털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조명을 켜놓고 조금 지나서 보니 저렇게 몇 개의 팁이 나와 있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팁이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다 나온 것도 아니라 더 애가 탑니다.
위에 사진은 2주 전 사진인데 다시 한번 붓으로 이끼를 털어줬는데도
지금은 또 저때보다 더 팁이 안 나오고 있습니다.
그나마 나온 팁도 조명이 꺼지면 정말 칼같이 들어가더군요.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그리고 또 한 가지.
그렇습니다.
말미잘이 이동을 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라섹을 해서 어항의 조명은 물론 방안에 불까지 모두 끄고 일주일을 어둡게 지냈더니
활착한 줄 알았던 버블 말미잘이 어느샌가 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락의 꼭대기까지 올라간 뒤 몸통은 락에 걸쳐있는 희한한 모습으로 있었습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여과기의 입수구는 어항의 제일 왼쪽에 있고,
그곳으로 가려면 여과기의 출수구에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수류를 지나와야 하기 때문에
그쪽으로는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던 차에!
수류를 온몸으로 맞으며 어항 뒤쪽의 벽을 타고 서서히 왼쪽으로 이동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끔찍한 참사를 막기 위해 눈이 조금 보이자마자 여과기의 입수구에 서둘러 프리필터를 끼워주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왼쪽으로 이동하던 말미잘은 입수구 뒤쪽으로 몸통을 집어넣었고,
촉수는 입수구의 흡입 압력에 의해 프리필터에 붙은 굉장히 불편한 상태로 며칠을 지냈습니다.
결국 지금은 원래 어항의 뒤쪽 중간에 있던 조명의 위치를 어항의 왼쪽으로 바꾸고,
걸이식 여과기를 어항 뒤쪽의 오른쪽으로 걸어서 여과기의 입수구가 중간에 위치하도록 옮겼습니다.
이렇게 위치를 바꾼 이유는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아서 자리를 옮길 줄 알았던 말미잘이
꼼짝도 않고 그 자리에서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지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말미잘의 전체적인 크기가 많이 작아진 데다가 촉수들은 모두 작아져서 축 늘어져 있고,
말미잘 중심에 있는 입이 힘없이 벌어져서 안에 내장 같아 보이는 것들이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사실 말미잘이 먹이를 먹을수록 크기가 빠르게 커진다는 글과
먹이를 안 먹여도 몇 개월간 잘 살아있다는 글들을 보고
어항도 좁은데 그냥 가끔 물고기 사료나 줘야겠다고 생각해서
말미잘을 데려온 지 3주 이상을 아무것도 먹이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상태가 되게 심각해 보였기 때문에 얼른 녹기 전에 빼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
뜰채로 벽에 붙은 몸통을 떼어내 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강하게 붙어 있어서 떼어낼 수가 없었습니다.
급하게 찾아보니까 말미잘의 생사를 확인하는 방법은 흡착력이라는 말에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고,
냉동실에 있던 새우살을 조금 잘라 입에 넣어주려고 했는데 말미잘이 받아먹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쉬게 해주려고 뜰채로 퍼큘라가 부비부비를 못하게 앞을 막아놓은 뒤
조명을 다 끄고 어둡게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반나절이 지나고 보니 다시 조금씩 커지면서 다행히도 점점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야 한숨을 돌린 뒤 이제부터는 커지더라도 먹이는 줘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못 먹어서 힘은 없는데 퍼큘라가 자꾸 귀찮게 치대서 상태가 많이 안 좋아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다음날 다시 한번 새우살을 작게 잘라 다진 후 입에 넣어주었더니
촉수로 감싸며 새우살을 받아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원래 상태로 되돌아왔고 평소처럼 제 마음대로 작아졌다 커졌다 하는데
저렇게 촉수가 조금밖에 안 나와 있는 상태에서도 퍼큘라는 기어이 부비부비를 하겠다고 난리네요.
말미잘이 많이 귀찮아할 만한 것 같습니다..
저기 보이는 잔은 말미잘이 다시 이동하면 저곳에 들어가길 바라며 놔둔 건데
저 자리에서 아직도 꼼짝을 않고 있습니다.
직접 떼어내서 옮겨보려고도 했지만 정말 강하게 붙어있어서 떼어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지금은 다시 빼놓았네요.
다시 움직일 것 같은 낌새가 보이면 활용해볼 생각입니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뒤 다시 평화가 온 저의 해수 어항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