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의 기록매체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어제 언니가 서울에 볼 일이 있다 해서 간 김에,
저는 그동안 국립중앙도서관의
기록매체박물관을 구경하기로 하고
서로 일이 끝나면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매일 집 근처에 있는 동네 도서관만 다녔지,
국립중앙도서관엔 가본 적이 없어서
집에서 일찍 나와 서초역으로 향했습니다.
2호선의 서초역에서 내려 걷는 시간이나
고속버스터미널 역에서 내려서 걷는 시간이
비슷했기 때문에 덜 복잡한 서초역에서 내렸습니다.
서초역에서 나와 쭉 걸어가는 길에
대법원과 대검찰청, 서초 경찰서,
서울고등검찰청을 지나갔습니다.
저곳 들 중에서 나중에 제가 일할 수 있는
기회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걸어서 도착한 국립중앙도서관입니다!
날씨 좋은 주말 아침에 간 거라 사람들이 많을까 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한산했습니다.
저는 저 본관 지하에 있는 줄 알고 찾았는데 직원 분께
여쭤보니 기록매체박물관은 디지털도서관이란
다른 건물 지하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본관에서 나오자마자 정면에 보이는
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니 지하 3층에
바로 기록매체박물관이 있었습니다.
전시관의 구도는 대략 이렇습니다.
B-1, B-2, B-3 구역 순으로
기록 매체가 발달하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가장 앞에서 번쩍번쩍하게
빛 내고 있던 책 속의 얼굴이라는 조형물입니다.
기록의 시간이란 생각을 주제로 하였다는데,
특이하면서도 꽤 괜찮은 작품인듯합니다.
처음엔 아무도 없어서 저 혼자 관람했는데,
중간중간 구경하시는 분들이 한두 명 보였습니다.
그래서 조용한 분위기에서 집중하여
천천히 구경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른 나라들의 종이의 질을 비교하여 볼 수 있게
전시해 놓은 것도 있고, 목판활자, 금속활자 등을
복원 시켜서 전시해 놓은 것도 있었습니다.
또 그 시대의 책들이 어떤 문자의 형태로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지 직접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아서 한 장씩 넘겨 보기도 했습니다.
그다음으론 사진이나 영상 기록매체 등을
발전 순서대로 전시해 놓았고, 옛 시대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사진기나 녹음기, 영화 촬영 기구들이 있었습니다.
특별하게도 우리의 음악이 최초로 녹음된
음반인 '아리랑'이 흘러나오는 것도
헤드폰을 쓰고 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과거를 지나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컴퓨터와
전자 기록 매체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가장 보고 싶었던 구역입니다.
외국에서 탄생한 초기 타자기의 형태와
그와 비슷하게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타자기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타자기 뿐만 아니라 교육용으로 보급된 컴퓨터와
게임용으로 나온 컴퓨터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보다 보니 현재 통용되어 사용하고 있는 키보드의
배열에 오기까지 점점 더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
바뀌어온 과정들이 눈에 보였습니다.
한 가지를 말해보자면 겹받침을 지금처럼
자음을 하나하나 누르는 것이 아니라,
보통 오른쪽에 위치해 있는 숫자 키패드 쪽에
모든 겹받침들이 하나하나 키에 적혀있어
누를 수 있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초기 애플 컴퓨터의 모형도 있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애플 특유의
깔끔한 디자인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 왼쪽에 보이는 입구로 들어가면
기록 매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땐 직원분이 잠시 자리를 비우셔서
그냥 저 혼자 구경하고 나왔습니다.
저곳에서 체험 가능한 목록입니다.
매체 변환은 이용하기 전 기기들을 준비해 가야 하는데
전 변환을 할 기기가 딱히 없어서 건너 띄었습니다.
옛날 인쇄술 체험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못했고,
타자기에는 종이가 꽂혀 있어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색깔별로 약 6대의 타자기가 있었습니다.
키 하나를 눌러보니 찰-칵하면서 제가 누른
글자가 찍히는 느낌이 굉장히 새로웠습니다.
연속으로 치면 소리가 꽤 크더라구요.
사실 저는 옛날부터 이런 타자기를 한 번 쳐보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이 기록매체박물관에 온 이유였습니다!
키를 누르는 느낌이나 소리가 어떨지 너무 궁금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쳐보니 한 대쯤은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현대에 사용하는 키보드와 전혀 다른 느낌이 새로웠습니다.
처음엔 규모가 너무 작지 않을까 했는데
천천히 약 한 시간 동안 구경할 수 있는 규모에
생각보다 볼거리도 다양했고, 이런 체험실까지
갖추어져 있는 점이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입장료가 따로 있다거나 하지 않아서,
기록 매체들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나
학생분들이 와도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구경할 수 있을 듯합니다!
아직 안 가보신 분들이 있다면 잠시 시간을 내서
다녀오시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